[지킴]둘째 아이를 지우라는 시어머니

HunIT 2017. 2. 2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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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30대 중반의 여자입니다.

 

너무도 서럽고, 화가나서... 이렇게 익명의 힘을 빌려봅니다. 

 

저에게는 이제 11개월 된 아들이 있습니다. 남편과 저를 공평하게 닮아 아주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저는 아이에게 모유를 수유했었습니다. 1년은 모유를 수유하려 마음을 먹고 매일 유축을 하고 먹이고 넘치면 얼리고...제 아들에게 정말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기본적인 것을 반드시 해주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몸에 이상 증세가 찾아왔습니다. 몸이 나른하고 너무 피곤하고 점점 움직이기도 버거운 것이...번뜩 스치는 예감이 임신의 증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임테기를 사와서 테스트 해 보았더니 임신으로 나오더라구요. 너무 놀라서 신랑에게 말을 하지 않은 채 산부인과를 찾았습니다.

 

결과는 임신이었습니다. 5주 되었더라구요.

모유 수유 중인데 임신이 되었다는 것도 놀랍고...기쁘기도 했지만 갑작스러움에 당황을 하기도 했습니다.

 

당황하는 마음을 가졌다는 것에 지금 뱃속의 아이에게 미안해 하며 신랑에게 임신 사실을 말했고, 신랑은 고맙게도 너무 기뻐해 줬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네요...

지난 주말에 시댁에 가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시아버님은 제가 결혼하기 전 돌아가시고 시어머님만 계신데, 시댁에는 시어머님과 남편의 여동생인 시누이가 같이 살고 있습니다.

아가씨는 축하한다고 너무 기뻐해 주더라구요. 감사했죠.

그런데 시어머님께서 별로 표정이 좋지 않으시고 그냥 식사만 하시더라구요...

컨디션이 별로신가 생각하고 집에 왔고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제.

 

 

아직 육아휴직이 1개월 정도 남아서 집에서 남편을 출근 시키고 첫째 맘마를 먹이고 막 숨을 돌리는 차, 시어머님이 전화가 오셨어요.

 

남편 출근 했는지, 손주는 일어났는지 등등 물어보시더니 갑자기

지금 임신한 둘째를 곡 낳아야겠냐는 겁니다.

 

제가 잘못들었나 해서 네? 하고 반문을 했더니 둘째를 지금 낳으면 00(첫째)이가 모유도 끊어야 하고 엄마 손길을 덜받지 않냐며 00이부터 어느 정도 다 키운 다음에 둘째를 다시 가지랍니다.

지금 %%(남편)이가 둘째까지 거둘 벌이가 안되니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하시는데...

(제 첫째 이름은 00이로, 남편 이름은 %%으로 가리겠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저도 법니다. 현재 육아휴직 중이긴 하고, 솔직히 남편보다는 적은 벌이긴 하지만 둘째를 낳는다고 가세가 기울진 않습니다. 육아휴직이 끝나면 다시 직장을 다닐거구요.

그리고 첫째의 모유는 이제 끊으려 하는 단계이고...저도 엄마인데 자식 차별해서 임신한 아이에게만 집중하려 하진 않을겁니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지금 가진 둘째가 아직 개월수가 왠만큼 차지 않았으니 지우라고 하십니다.

 

 

말씀하신건 저게 답니다.

지금 키우고 있는 첫째 손주 걱정, 아들의 벌이 걱정.....

저는 이걸로 며느리에게 낙태를 권하는 시어머니를 이해할 수가 없는데...

남편에게는 또 말하지 말고 생각해보랍니다...

 

 

하 정말 제가 이 새벽까지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심경이 복잡합니다.

 

물론 제가 시어머니가 말씀하셨다고 임신한 아이의 낙태를 고려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반드시 이 축복된 아이를 낳을겁니다.

 

 

하지만 시어머니께서 갑자기 이렇게 월권(?)을 하시니 조금 두려워집니다.

저희 생활에 너무 과도한 간섭을 하시는건 아닌지.....이러다 더한 간섭을 하시진 않을지...

그리고 시어머니도 엄마로서 이런 말씀을 하신다는 것 자체가 무섭습니다.

 

 

제가 과도한 생각을 하는 것일까요?

 

시어머니께는 말도 안된다. 싫다. 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제가 예전처럼 시어머니를 대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낳을 것이고 시어머니께도 싫다고 말씀드린 와중에 제가 어떤 해답을 얻고자 글을 올리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그런 말을 듣고 아무 곳에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앓고 있는 것이 답답해서 이렇게 어디에라도 말하고 싶던 차에 이 곳이 생각났고, 대 숲에 이야기 하는 심정으로 토로해봅니다.

 

새벽에 무거운 이야기 죄송합니다.

그런데 너무 답답했어요...

친구에게 이야기 하기에도 제 얼굴에 침뱉는 격이라 못하겠고...

친정은 저보다 더 걱정하실테고...

신랑은 시어머니랑 싸울게 뻔하고...

 

 

별거 아닌 일이라고 생각되실 수도 있지만, 막상 제 일로 닥치고나니 정말 그 아이를 지우라고 하는 시어머니의 말이 너무 충격적이고 아프네요.

뱃속의 아이에게도 너무 미안하구요.

 

 

 

제 글을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 소심한 임산부의 투덜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그나마 이렇게 글을 쓰고 나니 조금은 후련하네요.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이렇게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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