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소에 경찰분들, 소방관분들께 항상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힘든 일 마다하시고 남들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하시는 분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러던 중 며칠전 친구와 낙산공원으로 놀러갔다가 지갑을 습득하게 되어 근처 파출소에 습득신고를 하러 가게 되었습니다.
맨 꼭대기에 올라가자마자 지갑을 발견한터라 더 있고 싶었지만 들고 다니기엔 뭔가 죄를 짓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바로 내려갔습니다.
파출소에 가는 김에 힘드실텐데 빈손보다는 커피 몇잔이라도 갖다드리고 싶어서 편의점에 들러 얼마 안되지만 커피 6개를 사서 갔습니다.
커피를 들고 들어갔을 때, 저는 제가 파출소를 간건지 구석진 동네 슈퍼를 간건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들어가서 보이는건 컴퓨터를 하고 계신 경찰분 한 분이셨고, 그분은 사람이 들어오는지 나가는지에는 별 관심이 없으신것 같았습니다.
들어오는 저와 제 친구를 보고는 '응'하고 추임새 한 번 넣으시고 하던 컴퓨터에서 눈을 떼지 않으시더군요.
무슨 일로 여자 둘이서 파출소에 왔는지는 궁금하신게 없는듯해서, 제가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낙산공원에 갔다가 꼭대기에서 지갑을 주워서요. 어디에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왔어요"
"그거 뭐 112에 전화하면 되지 뭘"
아니, 습득신고를 하러 직접 온 사람한테 112에 전화하면 되지 뭘 여기까지 들고 오냐는 식의 말이 경찰이 할 소립니까
그 분 눈에는 여자애 둘이서 지갑들고 온게 귀찮은 일이었던 모양입니다.
그 말을 듣고 무안해진 저는 "아, 그렇구나.. 몰랐네요"하고 그냥 친구와 웃어넘겼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상황에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냥 하시던 컴퓨터를 계속 하시고 저희 쪽은 쳐다도 보지 않으시길래 "멀었나요?"라고 여쭤봤더니
"응, 멀었어. 이거 서류쳐야돼"하시더군요
아니 조카랑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저 그렇게 어린 아이도 아닙니다.
파출소 찾아가서 습득신고하는게 그렇게 무안하고 괜한일인지 24살이 되고 처음 알았습니다.
커피 사들고 간 제 자신이 부끄러워서 그냥 다시 가지고 가야겠다 마음먹고 다시 기다리는데
"지갑은 봤어? 돈은?"하고 얘기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안에 연락처같은게 있을까해서 봤는데 없어서 그냥 가지고 왔어요. 꺼낸건 없고 돈도 들어있어요."하자
안에 있는 돈을 살펴보시더니 대충 다시 넣어서 "지갑 확인해봐"라며 제 앞에 툭 던지시더군요.
안에 있는거 확인하라구요
확인하고 다시 드렸더니 또 한참동안 말없이 컴퓨터만 하시길래 저는 습득신고를 하시는지, 그냥 하던일을 하시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답답하고 짜증나는 마음을 눌러 참으며 한참 다시 기다리는데 이번에는
"이름이 뭐야? 주소? 번호?" 하시면서 물어보시더라구요.
저는 그게 왜 필요한지, 어디에 쓰이는지, 습득증이 뭔지, 그 어느 정보도 듣지 못한채로 피의자마냥 제 정보를 알려드렸습니다.
그냥 아까 "서류 쳐야돼"라고 했던걸 토대로 '아, 내 정보가 필요하구나'하고 지레짐작할 뿐이었구요
또 아무말없이 컴퓨터를 만지시다가 갑자기 '이름 다시말해봐' 하시길래 화를 눌러참으며 다시 알려드렸습니다.
그 후로도 이름이랑 번호만 두세번은 다시 부른것같네요
그러고 컴퓨터를 몇분간 만지시더니 하시는 말이,
"이리 좀 와서 봐봐"
"이리 좀 와서 봐봐"
??
아니 동네 파출소에서 습득신고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나요?
그 분은 저를 안쪽으로 불러 컴퓨터를 보여주며 무슨 동의 같은 체크란이 있어야하는데 그게 어딨는지 모르겠다며 "여기 한 번 찾아봐봐"라고 말하셨습니다.
봉사시간받으러 간 것도 아니고 제가 도와드리러 파출소에 간 것이었나요?
동의 체크하는 란을 찾아드렸더니
이번에는 습득자 이름칸에 분실자 이름을 쓰시고는(안에 분실자분 체크카드, 민증 등이 들어있었습니다)
이내 다시 지우고 다시 한번 "이름이 뭐라고?"하시더라구요
(존댓말로 하신걸 제가 이렇게 적은게 아니라 계속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파출소에 들어간 순간부터 나올때까지요)
그렇게 컴퓨터 화면을 같이 보며 이것저것 정보를 치는데,
제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하더라구요
그게 왜 필요한건지는 집에 온 지금도 의문입니다.
아무튼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하다길래 이해가 안가서 보고있는데
선심쓰듯이 "이거는 뒷자리 치면 나중에 공개되고 그러니까 0000000이렇게 칠께~"하시면서 0으로 치셨어요.
근데 그게 습득자 주민번호가 올바르지 않다면서 등록이 안되더라구요
그 상황을 "아 이거 왜 이래"하시면서 반복하셨어요.
그걸 경찰이 모르면 제가 어떻게 압니까 대체?
그러더니 결국 묻는게 "번호가 뭐랬지?".....
결국 저도 화가 나서,
"아니 근데 이렇게 하면 대체 어느 누가 습득했다고 신고를 해요?"
"잘 안보여서그래. 그냥 다시 한 번 알려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조카 대접 받으러 처음 가는 길 운전해가며 그곳에 간게 아닙니다.
"아니, 아까 여러번 말씀드린것 같은데요."
언성이 점점 높아지자 그제서야 안쪽에 있던 경찰분 한분이 나오셔서는 "이름 좀 알려주시겠어요? 번호는요?"하시고 적으셨습니다.
그러더니 "네, 됐습니다. 안에 주민등록증이랑 다 있으니까 금방 찾을 수 있을거예요."하고 끝내시더라구요.
"아니, 그러면 처음부터 이렇게 해주시면 되지 몇번을 반ㅂ.."
"저희가 습득증을 드리려면 정보가 필요해서요."
저는 습득증을 받는지도, 그 분이 제대로 제 이야기를 듣고 계셨는지도 알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중간에 제가 습득신고를 하면 분실자분께 연락이 바로 가는지, 어떤 경로로 전달이 되는지 여쭤봤을때
"연락은 가지. 근데 6개월 뒤에 주인이 안 찾아가면 이게 습득자가 권리주장을 할 수 있다는 거지"라고
여전히 반말로 알려주신 그 정보 외에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는 겁니다.
그렇게 집으로 가면서 생각해보니
좋은 마음으로 커피를 사들고 지갑의 주인을 찾아주러 간 행동은 결국 저에게 후회밖에 주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저는 그 경찰분이 제 인적사항을 몇번이고 물어보신것에 대해 화가 난 것이 아닙니다.
컴퓨터 모니터를 보여주며 모르는 것에 대해 물어본 것이나, 습득신고를 제대로 하지 못하신 것에 대해 화가 난 것도 아닙니다.
모르면 물어볼 수 있고, 경찰이 해야하는 업무은 많을테니 잘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들어왔을 때 적어도 무슨 일이 있어서 왔는지 묻고, 상대를 존중해서 말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는 일이고 당연히 해야할 기본적인 일이잖아요.
어려운 일도 아니구요
집에 오니 답답한 마음이 커져서 글을 올려봅니다.
제가 예민했던 건 아닌 것 같아, 민원을 넣어보려고 하는데 민원을 넣으면 그 경찰 분은 어떤 불이익을 받나요?
민원을 넣기엔 별 것 아닌 일에 제가 예민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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