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안녕하세요~
도저히 혼자서는 풀리지 않는 마음속의 고민을 익명의 힘을 빌려 이 곳에 어렵게 풀어내려고 합니다.
부디, 친동생 또는 막역한 친구라고 생각하시고, 귀한 시간 잠시 내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진심어린 답변 또는 충고,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ㅠㅠ
저는 올해 서른다섯이 된 처자이구요.
아직 미혼이고, 이 부분에 대해 제가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전 비혼주의자이며, 지극히 아주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제게는 올해 서른 여덟이 된 오빠가 하나 있구요.
오빠는 10년전에 오빠보다 다섯 살 어린 친구와 사랑을 해서 혼전 임신으로 가정을 이루었습니다.
그래서 첫째 조카가 올해 10살이구요. 그 밑으로 세살 터울로 - 둘째 조카(7살)가 있고, 그 밑으로 또 18개월된 셋째 조카가 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저희 조카들 셋은 참고로 모두 여자 아이들 입니다.
그런데 오빠의 아내, (나이로는 저보다 어리지만), 제게는 올케(새언니)되는 사람이 지금 내연남이 있다네요.
한달 전쯤, 퇴근후에 저희 집에 찾아온 오빠의 오랜 침묵끝에 첫마디가 이거였어요.
"xx아(제이름)~ XX이가(올케이름) 바람이 났다.
XX한테 남자가 있어."
그러고는 땅이 꺼지는 듯한 오빠의 깊은 한숨.
그리고 또 오랜 침묵.
대화 내용 자체도 충격이었지만, 그간 혼자서 얼마나 가슴 앓이를 해온건지, 말로는 표현할수 없을 만큼의 침통한 표정과 초점 없는 눈과 몰라보게 야윈 오빠의 몸과 얼굴이 그간의 맘고생과 슬픔을 보여주더군요.
저와 저희 오빠는 어릴적부터, 여타 다른 평범한 집들의 남매들 보다 좀 더 우애가 깊고 사이가 좋았어요. 둘다 거의 엄마 없이 외할머니와 셋이 생활하며 유년 시절을 보냈기에 서로에 대해 의지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 남달랐던것 같아요. 오빠도 저를 끔찍히 위하고 여겼으며, 저 또한 오빠를 엄청 좋아하고 따랐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부터 제겐 오빠가 항상 부재중인 엄마대신 보호자나 다름 없었으니까요.
제가 두 돌이 되기 전에 저희 어머니는 모진 시집살이와 아빠라는 사람의 폭언과 폭행을 견디시지 못하고, 이혼 소송을 통해 이혼을 하셨고, 그 후로 저희 남매는 거의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 이 나이까지 아버지라는 존재를 단 한번도 눈으로 직접 보고 그 체취를 느껴보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아버지의 빈자리는 당연히 어머니가 대신하셨어야 했고, 저희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셔야 했으며, 그로 인한 어머니의 빈자리는 외할머니께서 채워주시면서, 엄마 대신 저희가 만19살(성인)이 될때까지 저희를 사랑으로 키워주셨어요.
새언니도 저희와 같은 이혼 가정에서 외롭고 힘들게 자랐다고 들어서, 오빠랑 둘이 연애하던 시절부터 제가 동생에게 동병상련?측은지심? 이랄까 그런 마음이 많이 들어서 정말 따뜻하게 대해주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시집와서 아이들 낳아 키우며 애쓰는 모습이 제겐, 같은 여자로써 짠하기도 하고 대견하고 기특한 마음이 컸어요. 결혼 당시 양쪽 집안 모두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고, 오빠나이 28-동생 나이 23에 진행된 결혼이었기에, 그동안 둘다 사회 생활도 그리 길지 않았어서, 모아놓은 돈이 많지 않았기에 대출로 작은 집을 전세로 구하고, 생활에 꼭 필요한 간단한 세간살이만을 가지고 시작하였습니다. 신혼여행 갈 돈이 없다고 해서, 그 당시(10년전)에 제가 그간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아놓은 돈 중에 일부(350만원)를 찾아서 허니문을 결혼 선물로 해주었고, 조카들 세명의 임신-출산-육아 과정에서도 아직 미혼인 제게 그들이 각별하고 특별한 존재들인만큼 살뜰히 챙겼어요.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많지만, 부연 설명은 이정도로 하구요.
본론으로가서, 저희 오빠는 이혼 결심을 거의 굳힌것 같습니다. 아내의 마음이 이미 떠났음을 직시하고, 자기가 이번 한번을 그 사람의 평생에 단 한번의 실수라고 여기고 덮고 간다고 해도, 아내의 빈 껍데기만 평생 붙들고 사는 것은 자기한테도 아이들한테도 상처만 줄 뿐일거라고 하네요. 올케는 뻔뻔하게도 외도한 사실을 인정은 하면서, 요즘 막장드라마에 나오는 단골 대사들 같은-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실수였다.
이번 한번만 용서해달라.
흔하디 흔한 이러한 말들 중에,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구요.
오빠는 다만 아이들이 걸린다고 합니다. 요즘 워낙 친모-계부에 의한 폭행이나 방치(방임), 학대, 특히 계부에 의한 성폭행-임신-출산까지 안좋은 기사들이 많고, 아이들이 모두 남자아이들도 아닌 여자아이들 이다보니 그런 부분에서 걱정이 큰가봅니다. 참고로, 올케는 아이 셋을 낳고도 이제 겨우 서른셋이며, 지금도 아이들없이 밖에 나가면 아가씨로 볼 만큼, 얼굴도 예쁘장하고 날씬하며 얘교도 많고 굉장히 패셔너블한 친구입니다. 본인 스스로를 가꾸고 꾸미는걸 워낙 좋아하고, 헤어&메이크업, 옷 -가방-신발-악세사리 같은 것들에 굉장히 관심이 많고, 믹스 앤 매치도 굉장히 잘해서, 그런 멋쟁이 엄마 덕(?)에,엄마와 아이들 패션이 아이들 학교나 유치원 행사에서 눈에 띌 정도에요~ 그런 점에서, 절대 평생을 아이들 육아에만 힘쓰면서, 혼자 아이들만 바라보며 살 사람은 아니에요. 만약에 이번 일로 저희 오빠와 진짜 최종적으로 이혼을 한다면, 앞으로 자의든 타의든 양자 합의든 간에 아마 반드시 재혼이란걸 할 여자입니다. 저희 오빠와 맨 처음 시작이 그랬던것처럼, 또 한번의 혼전 임신으로 두번째 가정을 꾸리게 될수도 있구요. 부인과 쪽으로 워낙 타고난 체질이 건강한건지, 굉장히 임신이 쉽게 잘되는 친구이고, 세 번의 출산 또한 굉장히 수월하게 낳았어요.
이러한 염려들 때문에 오빠가 아이들을 맡아 키우고 싶어하긴 하는데, 아무래도 본인은 나가서 아이들을 위해 경제 활동을 해야하다보니 제게 조심스레 묻더군요.
"내가 세 아이들을 맡아 기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엄마와 너의 도움이 절실한데, 내 인생뿐만 아니라 엄마와 너, 가족들의 앞으로의 인생까지 걸린 일이기에 염려되고 주저된다. 그렇게되면, 아무래도 엄마와 네가 분명 나와 아이들로 인해 앞으로 많이 신경도 쓰일거고,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들어 질수도 있을텐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무엇이 아이들을 위한 최선일까. 아빠(나) 혼자 싱글 대디로써 딸 셋을 잘 건사하며 키울수 있을까?"
올해 10살이 되는 큰 조카는 머지 않아 초경도 시작할것이고, 곧 사춘기도 올것이며, 먼 훗날에 시집도 보내고 해야 하는데, 아이들 엄마 없이 딸 셋을 아빠 혼자 기른다는 게 막막한가봐요. 부부가 서로 인연이 더 이상 닿지 않아서 헤어지더라도, 서로 아이들에 대한 애정만큼은 있어서, 이혼후에도 서로 살뜰히 아이들만은 챙기고 보살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지금은 바람난 아이들 엄마가 아이들은 모두 떼어놓고 나가고싶어 하니까요.
참고로 저희 어머니, 아이들의 친할머니는 내후년에 일흔이세요. 아무래도 저희 어머니께서 연세가 좀 있으시다보니, 그렇게 된다면 제가 앞으로 조카들을 위해 감내하고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크겠죠. 여러분~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매일밤 조카들과 아내에게 상처 받은 저희 오빠 생각에 목이 메이네요. 하지만 조카가 하나도 , 둘도 아니고 셋이다보니, 솔직히 저도 엄두가 나질 않네요. 아무런 감이 오질 않아요. 부디 현명하신 분들의 현실적이고 진심어린 충고와 답변부탁드립니다ㅠㅠ
(+내용추가)
아이들이 아직 어린 만큼, 아이들의 주 양육자는 그 누구보다 친모가 우선시 되어야 하며, 그것이 가장 아이들을 위하는 것임을 저와 저희 오빠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 직장내 상사와 바람을 피다가 저희 오빠(남편)에게 걸린 올케가, 남편의 추궁과 이혼 요구에 순순히 본인의 외도를 인정했고, 오빠의 이혼 요구에도 자기도 그렇게 하고 싶노라고 응했고, 아이들의 양육을 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오빠가 두 주먹을 쥐고 울먹거리면서 그러더군요. 진짜 마음 같아서는, 애들 셋다 혹처럼 그 년한테 붙여주고, 본인 혼자 애들 도맡으며 그 년한테 날개 달아 훨훨 날려보내주는 격으로 그러고 싶지는 않다구요. 이건 단순히 배우자에게 정신적인 살인을 당한 복수심에 찬 한 남자의 솔직한 심정을 표출한 것 같구요. 억지로 아이들을 아이 엄마에게 떠맡긴다 한들, 그런 어미밑에서 불안하게 자라나게 될 어린 딸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져서, 단순히 외도한 아내에 대한 복수심만을 불태울수는 없다고 합니다. 제가 미처 처음부터 본문에서 말씀드리지 못했네요ㅠㅠ 두서없는 글 죄송합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자면, 바람난 올케가 오빠의 이혼 요구에는 당당히 오케이~ 하지만 세 아이들에 대한 양육은 오빠한테 미루고 거부하고 있어요. 어른들의 이기심과 순간의 잘못된 선택과 쾌락으로 인해, 중간에서 아이들만 너무 불쌍하지요. 아이들의 고모이기전에, 동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써, 무한한 죄책감과 미안함을 느낍니다. 부디 아이들을 위하고 생각하는 마음으로 조언해주세요. 저에 대한 따끔한 질책이나 충고는 감사히 겸허하게 받겠습니다. 어떤 것이 아이들과 저를 위한 최선일까요 여러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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