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판]도리는 하기 싫고 시댁 도움은 받고 싶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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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저는 95년생 스물여덟살 미혼입니다.
고등학교때부터 10년이 넘게 친구 사이이고 둘 다 결혼할 남자친구가 있어요.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최근 결혼, 시집에 대한 얘기가 많이 오가고 있는데
친구는 평소에 시댁 얘기만 나오면 미묘하게 급발진을 해요.

 

 

 

여자가 왜 살림을 다 해야 하느냐(저는 여자가 살림을 다 해야한다고 말한 적 없어요..), 결혼하면 여자가 훨씬 손해다, 시엄마가 시집살이 시키면 남편을 잡아서라도 가만 있지 않겠다, 명절에도 시댁에 가기 싫다 남편이 요구한다면 각자 따로 가자 할 것이다 등등 평범한 대화를 하다가도 시댁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공격적인 뉘앙스가 나오는 편인데 
저는 결혼을 하면 남편의 부모랑도 가족이 되는 것이고 살갑게 친부모처럼 지낼 수는 없더라도 이기적으로 따지고 들려 하면 한도 끝도 없기에 기싸움 하기보다는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고 이해하고 거리 두며 사는 게 낫지 않냐 하는 입장이에요. 
 
친구에게 이런 제 의견을 말했다가 오묘하게 기분 나쁜 티를 내면서 "너 같은 여자들 때문에 남자들이 결혼에 대한 여자들의 희생 그 모든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거야" 라며 토론?식으로 발전되고 기분 나쁘게 마무리된 적이 한 두번 있어서 그 이후론 아...그래 하고 넘어가는 편이구요.
 
그러다 어제 대화 중에 약간 다툼이 있어 제가 이상한 건가 싶어 많은 분들 의견을 여쭙고 싶어요. 실제 대화를 간단하게 추려서 써볼게요.
 
친구 : 나 상견례 날짜 잡았어
 
나 : 축하해 ~~
 
친구 : 혹시 집 해주실 수 있는지 말해보려고. 경제적으로 능력이 되는 집에서 자식 결혼하는데 어느 정도 도와 달라고 부탁드릴 수 있는거 맞는거지? (참고로 친구 집은 넉넉하지 않아서 친정 도움은 전혀 받을 수 없어요.)
 
나 : 어 양가 중에 여유 있는 집이 있으면 도움 받아 편하게 출발하면 좋지. 그런데 시댁에서 집을 지원해 주시면 결혼 후에 어느 정도 도리를 요구 하시지 않을까? 너 평소에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잖아.
 
친구 : 도리를 왜 요구해? 자기 아들 결혼하는데 편히 출발 할 수 있게 부모가 도와주는 거잖아?
 
나 : 너가 결혼 후에 남자 여자 차별 없이 동등한 관계를 원하듯이 결혼 조건 자체가 평등하지 않다면 그쪽에서 바라는 게 생길 수도 있지. 
 
친구 : 내가 한 푼도 안 해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우리 둘이 모은 돈으로는 서울집을 사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까 조금 더 괜찮게 사는 남자 친구 부모님께 도움 받는게 내가 며느리 도리를 해야 되는 이유인거야? 그리고 애초에 결혼이라는 제도가 여자가 희생해야 되는 부분이 많은데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니야?
 
이런 뉘앙스로 대화가 이어졌고 더 대화 하면 이전과 같이 또 마음 상하는 일이 생길 것 같아 화제를 급하게 돌렸어요. 
그리고 오늘 아침 함께 아는 다른 친구에게 연락을 받았어요.
그 친구가 너 욕 엄청 하더라. 얘기 들어보니 너가 뭘 잘못 한건지 모르겠어서 그냥 어어 그러냐 만 그러고 끊었다구요.
 
저는 도움 받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갚아야 하고 그게 부모 자식이든, 남녀 관계이든 동일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고, 친구 말도 맞는 말이지만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건 이기적인 마음이라 생각하는데요.
도리는 하기 싫고 시댁 도움은 당연히 받고 싶은 마음, 이거 이기적인 마음이 아니라 제가 고지식한 걸까요?

 

 

추가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게 될 줄은 몰랐는데
하루 사이에 댓글이 너무 많이 달려 있어서 놀랐어요.
달아주신 댓글들은 하나하나 정독했습니다.
 
많은 분들 생각을 알고 싶어서 올렸던 글이라 여러 의견이 많으시더라구요.
먼저 굳이 안 해도 될 얘기로 기분 나쁘게 하고 싸움을 만든다.
쓰니가 먼저 시비를 건 게 아니냐 
라고 말씀해주신 분들께 해명이라기 보단 제 입장을 조금만 말씀드리자면
앞서 말했던 것처럼 평소에는 친구와 가치관이 다른 부분에 대해서 부딪히려 하지 않고 친구가 발끈하는 주제에서는 대화를 피하는 편이에요.
 
이 사건 당일의 대화에서는 집을 받게 되면 어느 정도 감사의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 꼭 시댁, 며느리로서의 사이가 아니더라도 인간 대 인간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서 그 부분에 대한 도리를 얘기했던 것이고 
개의치 않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도 시댁만 대입이 되면 미묘하게 발끈했던 친구이기에 괜찮겠냐 물어봤던 것이었습니다. 
친구 기분을 나쁘게 하거나 시비를 걸거나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어요.
제 가치관도 친구 기분을 생각해서 조심조심.. 말해야 한다면 앞으로는 서로 기분 나쁠 일 없이 더 부딪히지 않거나 그것도 안되면 피하려고 노력해볼게요.
 
주작이란 말도 많던데 주작 아니에요ㅜㅜ 친구 욕하고 제 편 들어 달라고 올린 글도 아니구요.
 또 다른 친구에게 제 험담을 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속상한 마음에 제가 정말 뒤에서 뒷담화를 들을만한 행동을 한 건지 많은 분들의 고견을 듣고 싶어 올린 글이었습니다.
 제 글로 인해 불쾌한 기분을 느끼신 분들껜 죄송하고, 여기 모든 분들이 행복한 하루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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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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